2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허벅지가 터져 버릴 것 같았다. 허벅지는 터질 때 어떤 소리를 낼까? 대퇴근 위로 바위처럼 박혀있는 혈관을 보니 그냥 바람이 빠지는 소리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근육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아 신고 있는 워커의 끈을 끝까지 풀어버렸다. 그래서 그는 워커를 끌고 다니는 사람이 [[됐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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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몰
comes and goes
arrddon
1부 머드의 전단지
[[처음부터 보기->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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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머드를 만나보기로 했다. 그가 또 헛소리를 지껄인다면 이제 그와는 완전히 끝이다. 일찌감치 아스팔트 도로가 끓어오르던 6월말의 낮, 머드는 한겨울 옷에 두꺼운 외투까지 걸친 채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모자를 벗어 땀에 젖어 반짝이는 얼굴을 보이고는 나를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그런 갑작스러운 흥분은 언제나 나를 짜증스럽게 만들었지만, 그가 없을 때마다 그를 생각하고 이따금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가 됐다. 머드가 내 손을 잡았다. “네가 아니면 누가 날 도와줄까?” 그는 매고 있던 커다란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우리는 무릎을 꿇고 그 속을 들여다봤다. 두께 없는 종이의 세계, 흰색과 검은색이 뒤엉켜있는 세계가 펼쳐졌다. 우리는 처음 만난 길 한 가운데서 계속 그렇게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은 우리를 피해 길을 둘러갈 수밖에 [[없었다.->2]]3
수연은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와 식탁등의 스위치를 올렸다. 회식을 끝내고 돌아온 참이었지만 그녀는 시장기를 느꼈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데우는 동안 그녀는 식탁에 멍하니 [[앉아->4]]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가장 잘하는 것이었다. 지금뿐만 아니라 방금 전까지 술자리에서도 그렇게 있었다. 전자레인지 알람이 울렸지만 그녀는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알람이 두 번 더 울리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밤새 그렇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블라우스에 스커트 차림으로 우유를 마시면서 그녀는 고양이나 키울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혼자 우유를 꺼내먹을 수 없기에 그녀는 고양이를 포기해야했다. 간단한 화장을 지우고 두꺼운 벨벳 커튼을 끝까지 친 뒤 수연은 침대위로 쓰러졌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울렸다. 수연은 침대 위로 더해지는 무게와 [[다가오는->8]] 숨결을 느꼈다. 오랜만에 꿈을 꾸고 있었는데. 수연이 말했다. 그녀가 꿨던 짧은 꿈은 현관으로 들어와 가볍게 식탁위로 튀어 오르는 회색 고양이가 나오는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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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으로->1]]4
세 사람은 골목 안에 자리 잡은 이자까야로 들어가 바로 앞에 보이는 테이블에 앉았다. 그들은 저마다의 세상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자리에 앉는 순간 그들은 각각 ...
...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9]] 자신의 모습을 집중해서 들여다보고는 눈을 꼭 감고 몇 마디 말을 힘 있게 중얼거렸다. 다시 눈을 떠 머리를 몇 번 만지고 자리로 돌아왔다.
... 발을 움직여 구두를 살짝 벗었다. 불편했다기보다는 그렇게 습관이 들었기 때문인데, 그즈음 그(녀)는 하루 대부분 시간을 [[앉아->8]]있었다. 그 날도 종일 쇼핑몰 1층에 있는 가구 전시장을 지켰지만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4층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매니저와 화장실 위치를 물어보던 아저씨 단 두 사람뿐이었다.
... 그(녀)는 할 일이 없어 휴대폰을 켰다.
간단히 말하면 그들은 가족이었고 서로 엄마와 자식이자 남매였다. 다만 마지막으로 만난 지 14년이 지나, 본인들도 이 관계를 까마득히 여기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90년대 가요가 [[쉴 새 없이->12]] 나오던 그 이자까야의 밤부터, 훗날 그들이 머드와 만나 사라질 때까지, 그들은 부인, 그리고 그녀의 첫째아이와 둘째아이가 됐다.5
부인은 음악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고 [[재능->11]]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녀의 음악적 취향만은 확실했다. 그녀는 오로지 복음성가, 그중에서도 단조로 곡들만을 듣고 불렀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세상의 모든 노래를 단조로 바꿔 불렀는데 이것은 사실 그녀가 단조와 단조가 아닌 음악에 대한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데서 기인한 것이었다.
요컨대 그녀에게 장조로 된 복음성가란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흔이 가까운 자식들 뒷바라지할 일이 생겼다는 P권사의 전화를 받고 대신 참석한 [[장례식장->10]]에서, 부인은 작지만 평소보다 또렷한 목소리로, 장조로 된 찬송가의 두 음을 반음씩 낮춰 불렀다. 결코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찬송가를 부르는 내내 추도 예배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힐끗 쳐다보는 것을 느껴야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또다시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생각에 그녀의 감정은 격해졌다. 그리하여 그녀의 얼굴에는, 젊은 외아들을 잃어 일찌감치 슬픔이 바닥나버린 상주의 표정보다 깊은 그늘이 지게 됐다. 하지만 부인의 표정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모자란 공감능력을 반성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들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옆에 앉아 눈물과 콧물을 번갈아 훔치던 한 사람이 부인의 어깨에 손을 얹는 순간, 불쾌한 감정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부인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장례식장을 나왔다. 7
수연은 작은 움직임에 잠에서 깼다.
“벌써 두 달째야.”
“오늘도 겨우 일을 끝냈어.”
“언제까지 이렇게 봐야할까?”
“우린 원래 밤에 만나는 걸 좋아했잖아. 둘 다 야행성이어서.”
“밖은 이렇게 어둡지 않았어. 나는 네 웃는 모습을 좋아했는데.”
“얼굴을 만져봐. 지금 웃고 있거든.”
수연은 손을 더듬어 그의 얼굴을 만졌다. 손가락이 코끝에 먼저 닿았다. 손은 까칠한 뺨을 따라 [[입술->5]]에 이르렀다.
“웃는 얼굴을 보고 싶은데.” 수연은 눈을 감고 그의 얼굴을 그리려 노력했다. “어서 밤이 끝났으면 좋겠어.”
그들은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곧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수연은 잠에서 깨어 눈을 꼭 감고 벨벳 커튼을 걷었다. 그리고 조금씩 빛에 익숙해졌다. 그녀는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고 서서 우유를 한잔 마신 뒤 아무도 없는 아파트를 [[떠났다.->13]] 11
사람들이 배우 Y에 대해 떠올리는 첫 번째는 완벽함이다. 화면에서 그녀가 보여줬던 모든 것은 항상 완벽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하는 대로 앞머리를 눈썹 라인에 맞춰 자르고, 트렌치코트를 여러 벌 사 [[스타일->3]]을 꾸미고,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고, 같은 구두를 신고 비슷하게 걸었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완벽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모습은 어떤 액자도 벽면도 필요가 없는, 철저하게 완성된 그림 같았다.
단 몇 편의 영화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스타가 됐음에도 그녀는 어떤 사교활동도 즐기지 않았다. 저는 재미있는 사람이 못 돼서요. 어울리는 걸 잘 못해요. 그녀는 말했다.
또 하나 Y에 대해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당시는 홍콩 영화에 영향을 받은 영화들이 만들어지던 마지막 시기였다.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Y는, 가로등 아래서 연인에게 작별을 고하고 미련 없이 돌아 자신의 군청색 에스페로에 올라탔다. [[올림픽대로->10]]를 달리는 그녀의 에스페로와 스쳐가는 조명들, 그리고 그녀의 옆얼굴이 화면에 이어졌다. 그녀가 했던 마지막 대사는 이것이었다. 왜 그런지 알려줄까? 그건 거짓말이었거든.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던 영화였다. 하지만 94년 10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바로 다음 주, 그녀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달렸던 성수대교의 상부 48m가 붕괴하면서, 얼마 못가 조용히 막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영화였다.9
워커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건물 외벽 유리창에 비친 한 쌍의 완벽한 허벅지를 발견했다. 철저하게 분리되어 모양이 잡힌 근육들마다 황소가 한 마리씩 들어가 있었다. 하나씩 번갈아가며 발을 내딛을 때 마다 지면이 흔들렸다. 그는 곧 대퇴근의 힘으로 땅을 박차며 걷기 시작했다. 새까맣게 모인 거대한 소떼는 도시를 활보했다. 하지만 몇 시간을 이동하고 나서야 워커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사람들이 자신의 허벅지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혼란에 빠진 그는 사람들의 [[무관심에 대해->6]] 항변하고 싶었다. 그러다 그는 생각했다. 이 세상에는 완벽히 무결한 것이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완전한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고, 따라서 누구도 이 허벅지의 가치를 알아볼 수 없는 것이다!
워커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에 이르렀다. 그의 눈에 강 위로 솟은 기둥들이 보였다. 유람선이 지나갈 만큼 높고, 수십 년의 하중을 지탱하기 충분한 기둥들. 그는 자신의 완벽한 허벅지로 그 기둥들에 도전하고 싶었다. 다리 한 가운 지점에서 그는 넘치는 강물과 모든 기둥들을 대신해 우두커니 선 자신의 허벅지를 떠올리며 난간을 넘었다. 하지만 그는 추락하고 추락해 머리부터 수면에 부딪혔고 모습을 완전히 감췄다. 흰 [[물거품->5]]이 순간적으로 튀어 올랐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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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으로 몸을 던지는 인물. 이런 그림은 클리셰로, 제 아무리 이야기가 거침없이 펼쳐져있을지라도 보기 좋게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일종의 오래된 룰이다. 물속에 들어간 배우는 오늘도 쑈가 끝난 것에 [[안도->7]]하면서 강변에서 자신을 향해 박수를 칠 준비가 돼있는 사람들을 향해 헤엄을 쳐나갈 것이다.
그러나 머드는 워커를 끌고 다니는 사람의 이야기를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워커를 끌고 다니는 사람이 한강 위를 지나는 12차선 다리의 난간을 뛰어 넘을 때는 오후 1시 40분.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전날까지 내리던 비가 그쳐 한강변에는 화창한 날씨를 즐기러 많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잔디가 깔려있는 공원에서 그의 낙하를 목격한 사람만 5명이었다. 그들에 의해서 구조대에는 [[세 건의 신고->4]]가 동시에 접수됐고 구조보트는 3분 후 현장에 도착했다. 46명이 구조를 지켜봤고 2명이 구조 과정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하지만 워커를 끌고 다니는 사람이 물 밖으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된 건 오후 3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많은 비로 강에는 흙이 일어나 있었다. 그는 입수지점에서 18m 떨어진 물속에서 [[발견->3]]됐다. 다리 기둥 하부에 노출된 철골에 단단히 그를 고정했던 것은 그가 신고 있던 워커에서 나온 끈이었다.
워커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시 의식을 회복할 수 없었다. 6개월의 뇌사 상태를 거쳐 그 겨울 가장 추웠던 1월, 그의 심장은 정지했다.12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요즘 날씨가 좋아서 나들이 많이들 가시지요? 활동하시다 다쳐서 며칠을 고생하신 경험, 다들 있을 것입니다. 제가 소개해드리는 이 제품은요, 손목, 엘보, 무릎, 발목에 착용해 관절을 보호해주는 고탄성 보호대입니다. 원래 이 제품은요, 백화점과 홈쇼핑에 납품되는 고급 제품입니다. 지금은 단종된 제품이구요, 우수기업 상을 받은 적 있는 ☆☆물산 공장에서 제가 직접 재고품을 가져왔습니다. 특허 기술로 만들어져서 [[신축성->6]]도 좋고요 두께도 얇아서 옷 속에 입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착용하시면요, 부딪혀도 안전하구요, [[근육통->9]]이 완화되구요, 각종 디스크를 예방하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착용해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습니다.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정신까지 맑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운동하시는 어르신들, 직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공부하시는 수험생분들 누구에게나 좋은 제품이지요. 본래 백화점과 홈쇼핑에서 3만원이 넘는 이 제품을요, 오늘 특별히 단돈 3천원에 드리고 있습니다. 색상도 고급스럽게 다양하구요 사이즈도 다양하게 있습니다. 두 개 사시면 5천원에 드립니다. 선물하시기도 좋은 이 제품을요 3천원에 드립니다. 오늘만 이 가격에 사실 수 있다는 것 명심하시구요. 색상도 이렇게 다양하구요 사이즈도 종류별로 있습니다.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느낌, 정신도 맑아집니다. 백화점에서 3만원에 사실 수 있는 제품을요, 단돈 3천원에 드리고 있습니다.”6
14년 동안 부인은 달변가로 [[변신한 것처럼->13]] 보였다. 누가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녀는 본인이 그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장황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세우고, 이따금 첫째와 둘째를 힘 있게 가리키면서, 자신의 영적으로 충만한 삶 그래서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있는 삶을 전파했다. 십년을 넘게 혼자 살아도 전혀 부족한 게 없다고 말하고 나서 그녀는 검지를 더 굳게 세우고 차례로 질문을 시작했다. 학교는 어떻게 다녔는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까지 일종의 심문이 진행됐다. 첫째에게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냐며 올해 나이가 몇이냐고 묻는 순간, 첫째는 불쾌한 표정을 비췄다.
“나는 너희들이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 그것 말고 나는 이제 아무런 욕심이 없어. 남들처럼 결혼도하고 평범하게 사는 게 큰 축복이고 행복인거야. 내가 평생을 살면서 알게 된 거란다.”
처음부터 부인이 하는 말에 집중하고 있던 둘째는 부인의 주장에 [[모순->7]]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이를 흥미롭게 생각했다. 둘째는 그중에 어떤 게 거짓말이었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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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허벅지는 이 세상 어느 것보다 두꺼워보였다. 그는 그런 걸 두 개나 가지고 있었다. 자리에 앉으려면 아무리 다리를 모아 앉아도-물론 결코 그럴 수 없었지만-네 자리는 필요해보였다. 지하철 칸 안으로 사람들이 한명씩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그의 허벅지는 계속해서 부풀었다. 하지만 그는 그 순간에도 자신이 운동을 하는 방식대로, 모든 것을 [[게임->1]]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상황에 놓인 것에 묘한 희열을 느꼈다. 워커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정신력을 발휘하여, 비대한 육체를 가눠 [[행상인->12]]의 손수레와 충돌을 피했고, 이어지는 계단들을 올라 무사히 지하를 벗어나는데 성공했다.14-1
머드는 그를 따라 1호선 용산역에 내렸다. 행상인은 카트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타 역으로 올라갔고 가장 넓은 개찰구로 빠져나가 역사 안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머드가 그를 쫓아 출입구를 빠져나가는 순간, 행상인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머드는 그에 대한 기억을 최대한 떠올려보려고 노력했다. 머드는 아래와 같은 전단지 만들어 그를 [[찾아 다녔다.->14-2]]
(colour: #DCDCDC)[**사람을 찾습니다...
165cm 키에 머리가 벗겨지고 안경을 착용
5월 12일 토요일 13시 20분 경 종로3가역에서 목격
인천행 1호선 동대문역에서 탑승하여(추정) 용산역까지 이동
고탄성 관절 보호대를 3천원에 판매
위 사람을 보신 적이 있거나 아시는 분은...
반듯이 연락주십시오... 사례하겠읍니다...**]13
머드는 그 행상인에게 감탄했다고 내게 고백했다. 소란스러운 지하철 안에서 행상인은 [[집중력->8]]을 잃지 않고 6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고탄성 보호대의 우수성을 호소했다. 그는 배우와 같은 발성과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자세히 관찰할수록 머드는 그 행상인이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보라색 등산복에 작업조끼, 어깨까지 오는 팔토시를 입고 있었다. 거기에 정장바지와 로퍼처럼 생긴 검은색 기능성 구두를 신고 있었다. 은색 블루투스 이어폰도 목에 걸고 있었다. 그 뒤로 금 목걸이가 보였다. 이런 복잡한 조합이 과연 필요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그의 패션적인 기호일까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대체 왜 카트에 태극기를 꽂고 다니는 걸까. 이것 역시 어려운 문제였다.
[[압권->11]]인 장면은 행상인이 한쪽 신발을 벗어 양말-종아리까지 오는, 검은색 푸마 로고가 박혀있는 흰 양말-로 다른 쪽 구두를 닦던 장면이었다. 양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어 발의 각도를 변화시키면서 구두의 곡면을 꼼꼼히 닦던 그 모습. 그는 다른 쪽 구두에도 같은 작업을 반복 한 뒤 카트를 끌고 지하철 칸을 빠져 나갔다.
그 지하철 행상인은 머드의 상상력을 강하게 자극했다. 머드는 그를 따라 지하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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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사람을 찾는 거냐고 머드에게 물은 적이 있다. 머드는 그가 더 이상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후로 머드는 사람들을 찾는데 몰두하고 있다. 아마 지금도 그는 누군가를 찾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는 무엇인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짧은 순간들을 포착했다.
이것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익명들의 이야기이다. 모든 인물은 머드의 전단지속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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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머드의 전단지
[[끝->0]]